나의 정원은 누군가의 수고에 의해 잘 가꿔진 정원은 아니지만 아름답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정원'이기에 더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어떻게 이토록 분방하며 무쌍할 수 있을까. 아무도 모르게 매일매일 새로운 정원이 탄생하고 사라져 가는 우리 동네 콘크리트 도시초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
배종헌 개인전: 고립여행 孤立旅行
2011년 참여했던 글렌피딕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구성합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해외 레지던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는 출국 전 72시간 이내의 PCR 영문 음성확인서, 자가격리와 같은 새로운 제약을 만들었습니다. 배종헌은 스코틀랜드의 한 스튜디오에 고립된 3개월 동안 자신의 사적 체험을 예술 실천으로 기록했습니다. 예술 창작을 향한 인간의 의지, 그리고 삶의 참다운 가치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진지하게 되묻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스코틀랜드 더프타운에 위치한 레지던스는 위스키 증류소인 글렌피딕이 운영합니다. 게일어로 골짜기를 뜻하는 글랜(Glen)과 사슴을 뜻하는 피딕(Fiddich)을 조합해 '사슴 골짜기 (Glenfiddich)'라는 브랜드를 1986년 만들었습니다. 대구로 돌아와 '아래만 보며 걷는 어느 콘크리트 유랑자를 위한 드로잉 툴 박스(2020-)'를 활용한 작은 목판 페인팅을 지속하는데, 골목을 걸으며 발견한 동식물의 흔적과 산수풍경을 유화로 그렸습니다. '고립 만 리' 설치 작업은 작가가 매일 걸었던 대구 한 동네 골목길의 삐뚤삐뚤한 형태를 가져온 것입니다. 이와 함께 '콘크리트 가든'연락을 배치합니다. 해당 전시회는 입장료 없이 관람이 가능합니다.
- 전시명 : 배종헌 개인전: 고립여행 孤立旅行
- 전시기간 : 2023.1.6.(금) ~ 2023.2.12.(일)
- 전시장소 : 대안공간 루프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29길 20)
- 운영시간 : 오전 10시 ~ 오후 7시
- 휴관일 : 설날 연휴 및 대체휴일 (1월 21일 토요일 ~ 24일 화요일)
배종헌 (b.1969 - )
배종헌은 대구에서 작업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근대 자본주의 도시풍경에서 살아가는 동식물과 사물이 어떻게 그들의 삶을 지속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을 모방하여 재구성된 인공적 도시성과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소멸', '흔적', '환경', '생태'가 그의 주된 작업의 주제입니다. 작가의 작업실 혹은 집에서 시작한 사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경험들은 도시와 자연, 유랑, 농업과 생태 실헙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맥락으로 확장되고 기록됩니다. 주요 전시로는 <B를 바라봄, 대안공간 풀, 2022>, <다큐먼트, 서울시립미술관, 2004>, <변방으로의 욕망, 인사미술공간, 2005>,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국립현대미술관 2016>, <네상스, 대구미술관, 2016>, <첩첩산중, 파라다이스 집, 2018> 등이 있습니다. 배종헌의 접근 방식은 조르주 모란디의 삶을 떠오르게 합니다. 모란디는 일생을 볼로냐의 작은 방에서 정물화를 그렸습니다. 그에게 3평도 안 되는 물리적 공간은 저 너머의 형이상학적 서계를 구축할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이 됩니다. 배종헌은 "회복 불가능한 행성에서의 현실적 삶의 예술을 꿈꾸게 한 게으른 정원사의 기록"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가장 생태적인 작가의 믿음을 드러냅니다.
전시 View Point
모든 그림은 나름의 규칙이 있기 마련입니다. 예술가는 화면을 구성하는 자신만의 규칙을 부여해, 특정한 영역을 뒤덮어 그림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배종헌의 <콘크리트 가든> 연락은 자연을 대상으로 보는 풍경화가 아닌, 자연을 빌어 예술가의 정서와 세계관을 담는 산수화의 전통을 잇습니다. 예를 들어 <콘크리트 정원아무것도 하지 않은>은 가로로 긴 두루마리 족자 그림의 형식을 가져왔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가 바람에 흩날리고 모래가 일렁이는 듯합니다. <고립 만 리孤立萬里 콘크리트 균열과 거푸집흔>는 15x10cm 크기의 작은 목판에 유채를 그린 풍경화입니다. 울트라마린 블루와 구리색의 조합은 긴장감을 만들며, 콘크리트 균열과 거푸집흔이 남긴 흔적에서 배종헌 만의 정원을 그립니다. 그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객 또한, 자신의 감정과 기억, 관심사에서 출발해 저마다 다른 정원을 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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